직접만든 자동관수 시스템 업그레이드, 전자접촉기를 추가한 이유

지난 글에서는
제가 처음 만들었던
자동관수 시스템을 소개했습니다.

스마트플러그 하나로
버마드 솔레노이드 밸브와
모터펌프를 동시에 제어하는
가장 단순한 방식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시스템은
약 3년 동안 큰 고장 없이
안정적으로 작동했습니다.

지금도 당시를 생각하면
생각보다 잘 만들었다는
뿌듯함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작동하는 것과
안전하게 사용하는 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 아닐까?’

이번에는 그 고민 끝에
자동관수 제어반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내용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잘 작동한다고 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니다

처음 만들었던 시스템은
스마트플러그가 켜지는 순간

220V 전원이 변압기로 공급되고,

동시에 모터펌프에도
전원이 공급되는 구조였습니다.

구성도 단순했고
배선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비용이 적게 들었습니다.

실제로 수년 동안 사용하면서
스마트플러그가 고장 난 적도,
모터가 오작동한 적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회로를
다시 손보기로 한 이유는
모터의 특성 때문이었습니다.


모터는 생각보다
큰 전류를 사용한다

모터에는
정격전류가 있습니다.

하지만 모터가
처음 회전하기 시작하는 순간에는
정격전류보다 더 큰
기동전류가 흐르게 됩니다.

이 기동전류는
순간적으로만 발생하지만,
전원을 개폐하는 접점에는
가장 큰 부담이 되는 순간입니다.

스마트플러그 내부에도
릴레이 접점이 들어 있습니다.

즉,

스마트플러그가 모터의 전원을
직접 켜고 끄는 구조라면

그 접점이 모터의 기동전류까지
모두 감당하게 됩니다.

당장은 문제가 없더라도
오랜 시간 반복해서 사용하면
접점의 수명이 짧아질 수도 있고,
신뢰성도 떨어질 수 있습니다.

저는 실제로 문제가
발생해서 바꾼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오래 사용할 것을
생각해서 미리 개선하기로 했습니다.


스마트플러그는
신호만 보내도록
변경했다

이번에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은
모터를 직접 제어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제 스마트플러그는
전원을 개폐하는 장치가 아니라
전자접촉기를 동작시키는
신호 발생기로만 사용합니다.

전자접촉기(Magnetic Contactor)란?

전자접촉기는
전기로 스위치를 대신 눌러주는 장치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작은 전류를 이용해 내부 코일에 전압을 인가하면
전자석이 만들어지고,
그 힘으로 내부 접점이 붙으면서
큰 전류가 흐르는 회로를 개폐합니다.

구조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스마트플러그가 켜지면

220V가 전자접촉기의 코일에 공급됩니다.
코일에 전압이 인가되면
전자석이 만들어지고,
(전자석: 전류가 흐르면 자석의 성질을 가지게 됨)

전자접촉기의 A접점이
흡입되면서 닫히게 됩니다.

A접점(NO 접점)은 평소에는 열려 있다가
코일에 전압이 인가되면 닫히는 접점입니다.
이번 자동관수 시스템에서는
이 A접점이 붙으면서
모터에 220V 전원이 공급되도록
구성했습니다.

그 순간 모터에는 전자접촉기를 통해
220V 전원이 공급됩니다.

즉,

모터의 전류는
더 이상 스마트플러그를
지나가지 않습니다.

스마트플러그는
전자접촉기의 코일만 동작시키기 때문에

접점에 걸리는 부담이
훨씬 줄어들게 됩니다.


버마드
솔레노이드 밸브는
그대로 사용했다

반면 버마드 솔레노이드 밸브는
기존 방식을 유지했습니다.

스마트플러그에서 나온 220V 전원은
24VAC 변압기로 들어가고,

변압기에서 나온 24VAC 전원이
버마드 솔레노이드 밸브를
동작시키는 구조입니다.

즉,

스마트플러그 하나가
전자접촉기의 코일을 여자시키고
24VAC 변압기에
전압을 인가하는 방식입니다.

예약 시간이 되면
솔레노이드 밸브가 열리고,
전자접촉기가 붙으면서
모터도 함께 회전합니다.

관수가 끝나면
두 장치의 전원이 동시에 차단됩니다.
회로는 조금 복잡해졌지만,

안전성과 유지관리 측면에서는
한층 나아진 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자접촉기를 적용한 자동관수 제어
스마트플러그는 신호만, 모터는 전자접촉기가 제어하는 구조
(AI로 제작한 이미지입니다.)

EOCR은
왜 넣지 않았을까?

전자접촉기를 사용하면
EOCR(전자식 과전류 계전기)을
함께 설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EOCR은
모터에 과전류가 발생하거나
이상 운전이 지속될 때
자동으로 전원을 차단해
모터를 보호하는 장치입니다.

물론 있으면 더 좋습니다.

하지만 이번 자동관수 시스템에서는
EOCR까지는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가정이나 소규모 농가에서
사용하는 자동관수 시스템은
비용과 구조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 경우에는
전자접촉기를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기존보다 충분한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음 목표는
‘예약 관수’가 아닌
‘필요할 때만 관수’다

이번 업그레이드는
안전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작업이었다면,

다음 목표는 관수 자체를
더 똑똑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지금 시스템은 예약된 시간에
물을 주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작물이 항상 같은 양의 물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비가 온 다음 날과
폭염이 이어진 날은
필요한 관수량이 분명히 다릅니다.

다음 편에서는 토양수분센서를 이용해
흙이 정말 마른 경우에만

자동으로 물을 공급하는
자동관수 시스템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예약 시간이 아니라
작물의 상태에 맞춰 움직이는
조금 더 ‘스마트한 농업’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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